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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축구 (전술 효율성, 역습 대응, 현대 트렌드)

by 데이타 2026. 2. 27.

점유율 관련 사진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스페인은 82%의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일본에게 패배했습니다. 월드컵 역사상 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패배 경기로 기록되면서, 점유율 축구의 한계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저는 이 경기를 보면서 점유율이 높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공을 오래 가지고 있어도 골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는 냉정한 현실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점유율 축구는 볼 소유권(ball possession)을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전술입니다. 여기서 볼 소유권이란 팀이 공을 가지고 있는 시간의 비율을 뜻하며, 실제로는 (자기 팀의 패스 숫자)/(총 패스 숫자)로 계산됩니다. 이 전술의 철학은 단순합니다. 우리가 공을 가지고 있는 한 상대는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단순한 철학이 현대 축구에서는 점점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점유율 축구의 전술적 효율성

점유율 축구의 핵심은 짧은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 라인을 서서히 무너뜨리는 빌드업(build-up) 과정에 있습니다. 빌드업이란 수비 진영에서부터 공격 진영까지 공을 안전하게 운반하며 공격 기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FC 바르셀로나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 시절, 골키퍼조차 롱 패스를 하지 않고 수비수에게 짧은 패스로 연결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처음에는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경기를 계속 지켜보면서 그 안에 숨겨진 의도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짧은 패스를 반복하면서 상대 수비수들을 한쪽으로 유인하고, 그 사이 반대편에 공간이 생기면 빠르게 사이드 체인지를 시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전술은 높은 기술력과 조직력을 요구하지만, 제대로 작동하면 상대는 공을 빼앗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들며 체력을 소모하게 됩니다.

점유율 축구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 경기 주도권 장악: 공을 오래 가지고 있을수록 경기 흐름을 통제하기 쉬워집니다
  • 체력 관리: 공격이 막혔을 때 되돌려 빌드업을 재시도하며 체력 회복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 실점 위험 감소: 상대에게 공격 기회를 주지 않아 수비 부담이 줄어듭니다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점유율 축구를 기반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당시 독일은 평균 6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보여줬고, 이는 전술적 완성도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출처: FIFA).

역습 축구와의 대결 구도

하지만 점유율 축구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제골을 허용하는 순간 시간이라는 변수가 상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은 한국을 상대로 73%의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0-2로 패배했습니다. 저는 이 경기를 보면서 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승리하는 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역습 축구는 점유율 축구와 정반대의 철학을 가집니다. 상대에게 공을 내주고 수비 라인을 내린 뒤, 공을 빼앗는 순간 빠른 전환(transition)으로 역습을 시도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전환이란 수비에서 공격으로, 혹은 공격에서 수비로 빠르게 전환하는 플레이를 의미하며,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점유율 축구를 상대하는 역습 전술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중원에서부터 밀집 수비를 구축하고, 상대의 빌드업을 끊어낸 뒤 빠른 공격수가 뒷공간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FC 바르셀로나를 여러 차례 격파했습니다. 디에고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역시 두 줄 수비(compact defense)라는 전술로 점유율 축구를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두 줄 수비란 4명의 수비수와 4명의 미드필더가 좁은 간격을 유지하며 상대의 공격로를 차단하는 수비 전술을 말합니다.

제 경험상 역습 축구의 가장 큰 매력은 효율성에 있습니다. 기회는 적지만 한 번의 찬스를 최대한 활용하여 골로 연결시키는 날카로움이 있습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모로코는 평균 40% 미만의 점유율로도 4강까지 진출하며 실리 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현대 축구의 점유율 개념 변화

2010년대 초반 티키타카(tiki-taka)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점유율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티키타카란 짧고 빠른 패스를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공을 소유하는 스페인식 점유율 축구를 뜻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곧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점유율이 높아도 골로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 명확해진 겁니다.

저는 슈틸리케 감독 시절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를 보면서 이 문제를 절감했습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점유율만 높이는 데 집착했지만, 제대로 된 압박이나 공격 전술 없이 무의미한 횡패스만 반복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탈락 직전까지 몰렸고, 점유율이라는 숫자가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온 국민이 지켜봐야 했습니다.

이후 현대 축구는 점유율을 수단으로 바라보는 방향으로 전환했습니다. 위르겐 클롭의 게겐 프레싱(gegenpressing)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합니다. 게겐 프레싱이란 공을 빼앗긴 즉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여 다시 공을 되찾는 전술로, 점유율을 압박이라는 개념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FC 바이에른 뮌헨은 유프 하인케스와 한지 플릭 감독 시절 점유율을 더 많은 공격 기회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며 트레블을 달성했습니다(출처: UEFA).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대표팀 역시 이러한 접근을 보여줬습니다. 벤투는 무조건적인 점유율 축구가 아닌, 상황에 따라 역습과 점유율을 유연하게 조합하는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그 결과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하며, 체계적인 빌드업과 로드맵의 중요성을 증명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 FC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최근 점유율 축구의 가장 진화된 형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골키퍼 에데르송의 킥력을 활용하여 빌드업 단계를 건너뛰고 직접 어시스트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는 점유율이 더 이상 단순한 패스 숫자가 아니라, 득점이라는 최종 목표를 위한 다양한 경로 중 하나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점유율 축구는 여전히 유효한 전술입니다. 다만 그것이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공을 오래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점유율을 어떻게 골로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점유율과 역습이라는 두 철학이 서로를 보완하며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중요한 건 팀의 정체성과 선수들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전술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참고: https://namu.wiki/w/%EC%A0%90%EC%9C%A0%EC%9C%A8%20%EC%B6%95%EA%B5%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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