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내내 공격을 퍼부었는데 득점은 0골, 반대로 상대는 단 한 번의 기회로 골을 넣어 패배하는 경우를 보면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저도 아마추어 팀에서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며 비슷한 상황을 여러 번 겪었는데, 그때마다 "우리가 정말 못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지표가 바로 기대득점(xG, Expected Goals)입니다. xG는 단순히 슈팅 개수가 아니라 각 슈팅이 골로 연결될 확률을 수치화하여, 경기의 실제 흐름과 팀의 공격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저는 이 지표를 실제 경기 분석에 적용해보면서 전술 판단과 선수 평가에서 놀라운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xG 계산 원리와 주요 변수
기대득점(xG)은 특정 슈팅 상황에서 골이 들어갈 확률을 0과 1 사이의 값으로 나타낸 지표입니다. 여기서 xG란 수십만 건의 슈팅 데이터를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분석하여 도출한 통계적 기댓값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박스 중앙에서의 슈팅이 0.3xG라면, 같은 위치에서 100번 슈팅할 때 통계적으로 약 30골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xG 계산에는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골대와의 거리와 슈팅 각도입니다. 골대에 가까울수록, 슈팅 각도가 넓을수록 xG값은 높아집니다. 여기에 슈팅 방식(발 또는 헤딩), 어시스트 유형(크로스, 스루볼, 롱볼 등), 1대1 상황 여부, 슈팅 직전 수비 압박 정도 등이 추가로 고려됩니다(출처: Opta Sports).
저는 제가 분석하는 팀의 10경기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여 간단한 xG 모델을 만들어봤습니다. 슈팅 위치를 골대 중앙 기준으로 좌표화하고, 각도와 거리를 계산한 뒤, 오픈플레이인지 세트피스인지, 수비수가 몇 명 근처에 있었는지까지 기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스 안 중앙에서의 슈팅은 평균 0.25
0.35xG, 박스 밖 중거리는 0.03
0.08xG 정도로 나왔습니다. 실제로 우리 팀은 경기당 평균 1.8xG를 기록했지만 실제 득점은 0.6골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결정력 문제가 아니라 운과 골키퍼 선방의 영향이 컸다는 걸 보여줬고, 코칭스태프에게 "전술은 틀리지 않았다"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계산 방법론은 분석 기관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Understat.com은 딥러닝을 활용해 10만 건 이상의 슈팅 데이터에서 10개 이상의 변수를 고려하고, FiveThirtyEight는 로지스틱 회귀분석(Logistic Regression)을 사용합니다. 로지스틱 회귀분석이란 결과가 0(골 실패) 또는 1(골 성공)로 나뉘는 상황에서, 여러 변수를 조합하여 성공 확률을 예측하는 통계 기법입니다. 이처럼 xG는 단순 추측이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와 수학적 모델에 기반한 객관적 지표입니다.
주요 xG 계산 변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골대와의 거리 및 슈팅 각도
- 슈팅 방식 (발/헤딩)
- 어시스트 유형 (크로스/스루볼/롱볼)
- 1대1 상황 여부
- 직전 수비 압박 정도
- 득점 상황 (오픈플레이/세트피스)
실전 활용과 파생 지표들
xG의 진짜 가치는 단순히 슈팅의 질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 팀과 선수의 퍼포먼스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지표를 활용해 우리 팀의 공격 패턴을 재설계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경기당 실제 득점은 0.6골이었지만 xG는 1.8이었다는 사실은, 우리가 충분히 좋은 기회를 만들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문제는 박스 안에서의 마무리 선택이었죠. 하프스페이스에서 무리한 중거리 슈팅(평균 0.05xG) 대신 컷백 패스를 통한 박스 중앙 슈팅(평균 0.28xG)을 늘리자고 제안했고, 이후 5경기에서 xG 대비 득점 효율이 눈에 띄게 개선됐습니다.
xG에서 파생된 여러 지표들은 더욱 세밀한 분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NPxG(Non-Penalty xG)는 페널티킥 상황을 제외한 기대득점으로, 일반 플레이에서의 공격력을 순수하게 평가합니다. 페널티킥은 성공 확률이 약 70%로 일반 슈팅(약 10%)보다 7배나 높기 때문에, 이를 제외해야 선수의 실력을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출처: 미국축구분석학회).
xGOT(Expected Goals On Target)는 유효 슈팅만을 대상으로 한 기대득점입니다. 여기서 유효 슈팅이란 골키퍼가 막지 않으면 골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슈팅을 의미합니다. xGOT는 골키퍼 입장에서 얼마나 막기 어려운 슈팅이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로, xG보다 슈터의 마무리 능력을 더 잘 반영합니다. (xGOT - xG) 값이 양수라면 창출한 기회 대비 높은 퀄리티의 슈팅을 했다는 의미이며, 이를 SGA(Shooting Goals Added)라고 부릅니다.
xGA(Expected Goals Against)는 상대팀의 xG, 즉 우리 팀이 허용한 슈팅의 질을 나타냅니다. (실제 실점 - xGA) 값을 통해 골키퍼의 퍼포먼스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값이 음수라면 기대보다 적게 실점했다는 뜻으로, 골키퍼가 좋은 선방을 보였다는 의미입니다. 저희 팀의 경우 10경기 평균 xGA가 1.2였지만 실제 실점은 1.0으로, 골키퍼가 평균 이상의 활약을 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대 승점(xPTS, Expected Points)은 xG와 xGA를 바탕으로 각 경기에서 얻었어야 할 승점의 기댓값을 계산한 지표입니다. 실제 승점이 xPTS보다 높으면 운이 좋았다고, 낮으면 운이 나빴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시즌 중반 이후 팀의 순위가 실력 대비 과대평가되었는지 저평가되었는지를 판단하는 데 유용합니다.
xG의 한계와 보완점
저는 xG를 굉장히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지만, 동시에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xG는 어디까지나 과거 데이터의 평균값이기 때문에, 개별 선수의 특수성이나 경기 맥락을 완전히 반영하지는 못합니다. 예를 들어 리오넬 메시는 여러 시즌에 걸쳐 xG를 일관되게 상회하는 득점을 기록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시즌마다 (실제 득점 - xG) 값이 크게 요동칩니다. 레반도프스키조차 18/19 시즌에 xG보다 11골이나 적게 넣었고, 앙토니 마샬은 맨유 이적 후 5시즌 연속 xG를 상회했습니다. 이는 마무리 능력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일관성이 없으며, 확률적 요소에 크게 좌우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xG 모델에 포함되지 않는 변수들도 많습니다. 슈팅 순간의 힘 조절, 골키퍼의 포지셔닝 실수, 공격수의 컨디션이나 자신감, 슈팅 직전 패스의 템포 등은 수치화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어떤 선수는 기회가 보이면 적극적으로 슈팅하는 난사형인 반면, 어떤 선수는 완벽한 기회가 아니면 슈팅을 자제하는 신중형입니다. xG는 이런 스타일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평균값으로 처리합니다.
제 경험상 xG는 팀의 전술 구조가 건강한지, 기회 창출이 반복 가능한지를 점검하는 도구로는 탁월하지만, 개별 경기의 승패나 선수의 단기 성과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19-20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은 제이미 바디(23골)였지만, xG 1위는 가브리엘 제주스(21.02xG)였고 바디는 18.90xG로 5위에 그쳤습니다. 바디가 제주스보다 뛰어난 공격수라고 단정할 수 없듯이, xG만으로 선수의 가치를 완전히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축구는 득점이 희귀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무작위성(randomness)의 영향이 큽니다. 강팀이 약팀을 상대로 3.0xG를 기록해도 0-0으로 비기는 일이 실제로 발생합니다. xG 모델 창시자인 샘 그린도 "축구처럼 득점이 적은 스포츠에만 적용 가능하며, 야구나 농구처럼 득점이 많은 스포츠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xG를 '정답'이 아니라 '방향성'으로 봅니다. 경기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골은 확률이 아닌 순간의 선택에서 나옵니다. xG는 그 선택을 돕는 나침반일 뿐, 결과를 보장하는 만능열쇠는 아닙니다.
xG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다른 지표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패스 성공률, 점유율, 압박 강도, PPDA(Passes Per Defensive Action) 같은 전술 지표와 결합하면 팀의 플레이 스타일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팀 분석 보고서에 xG뿐 아니라 xG90(90분당 xG), xGChain(득점 빌드업에 관여한 선수의 xG 합산), xA(기대 어시스트) 등을 함께 제시하며 감독과 코치진이 더 넓은 시야로 전술을 조정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결국 xG는 축구를 이해하는 새로운 언어입니다. 단순히 득점과 실점만 보던 시대에서 벗어나, 경기 과정과 기회의 질을 수치로 대화할 수 있게 해준 혁신적인 도구입니다. 하지만 언어는 현실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듯이, xG도 축구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이 지표를 믿되 의심하고, 활용하되 맹신하지 않으려 합니다. 여러분도 xG를 접할 때 그 숫자 너머의 맥락을 함께 읽으시길 권합니다. 데이터는 선수와 감독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판단을 돕는 보조 도구일 뿐이니까요.
참고: https://namu.wiki/w/%EA%B8%B0%EB%8C%80%20%EB%93%9D%EC%A0%90?from=xGOT#s-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