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동네 축구팀에서 스트라이커로 뛰면서 한 가지 확실히 느낀 게 있습니다. 예전처럼 "골만 잘 넣으면 되는 자리"는 이제 없다는 거죠. 요즘은 상대 수비수를 끊임없이 압박해야 하고, 공을 등지고 버텨주면서 2선에 연결도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프리미어리그 이적 시장을 보면 스트라이커들의 몸값이 정말 심상치 않습니다. 도미니크 칼버트-르윈(DCL) 같은 선수조차 1,000억 원대 이적료가 책정되는 걸 보면서, 이 포지션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전방 압박의 시대, 스트라이커의 역할이 달라졌습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스트라이커는 박스 안에서 마무리만 확실히 해주면 됐습니다. 호나우두나 반 니스텔로이처럼 수비수 뒤에 숨어 있다가 한 발 먼저 들어가서 골을 넣는 게 핵심이었죠. 저도 처음 축구를 시작했을 때는 그런 스타일을 동경했습니다. 위치 선정만 좋으면 골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현대 축구로 오면서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하이 프레스(High Press) 전술이 기본입니다. 여기서 하이 프레스란 상대 골키퍼가 공을 잡는 순간부터 전방에서 강하게 압박을 가해 빌드업을 방해하는 전술을 의미합니다. 리버풀이나 레버쿠젠 같은 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도 바로 이 전방 압박을 체계적으로 구사하기 때문이죠.
저는 직접 뛰면서 이 부분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상대 센터백을 끊임없이 쫓아다니며 압박해야 하는데, 체력 안배를 잘못하면 후반에 완전히 퍼져버리거든요. 그래서 요즘 스트라이커는 단순히 골 결정력만 좋아서는 안 됩니다. 1차 수비수로서 압박 능력, 공중볼 경합, 볼 키핑, 탈압박까지 모든 걸 갖춰야 합니다(출처: UEFA 전술분석보고서).
연계 플레이와 공간 창출 능력이 필수입니다
제가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바로 연계 플레이였습니다. 공을 등지고 받아서 2선에게 연결해줘야 하는 상황에서 자꾸 볼을 뺏기곤 했거든요. 그럴 때마다 팀 전체 리듬이 끊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요즘 최고 수준의 스트라이커들을 보면 이 부분이 정말 뛰어납니다.
해리 케인 같은 선수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박스 안 마무리뿐만 아니라 중원까지 내려와서 패스를 배급하고, 수비 라인을 끌고 다니면서 뒷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카림 벤제마도 마찬가지였죠. 레알 마드리드에서 그는 단순한 골잡이가 아니라 공격의 중심축이었습니다.
현대 스트라이커에게는 폴스 나인(False Nine) 역할도 요구됩니다. 폴스 나인이란 전통적인 최전방 공격수가 아니라 2선으로 내려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는 선수를 뜻합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르셀로나에서 메시를 이렇게 활용했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움직임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언제 전방에 있어야 하고, 언제 내려와야 하는지 타이밍을 잡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최근 스트라이커들의 이적료가 급등하는 겁니다. 단순히 골만 넣는 선수가 아니라, 팀 전술의 핵심이 되어야 하니까요. 뉴캐슬의 알렉산더 이삭 같은 선수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다재다능함 때문입니다.
한 골의 가치가 승패를 결정합니다
제가 아마추어 레벨에서 뛸 때도 느꼈지만, 요즘 축구는 정말 한 골 차이로 승부가 갈립니다. 수비 전술이 체계화되면서 옛날처럼 4-3, 5-2 이런 스코어는 보기 힘들어졌죠. 프리미어리그 경기의 절반 이상이 한 골 차 승부로 끝난다고 합니다(출처: 프리미어리그 공식 통계).
여기서 더 중요한 건 선제골의 가치입니다. 선제골을 넣은 팀이 승리할 확률이 65~70%에 달한다는 통계를 보면, 첫 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저도 경기에서 먼저 골을 넣으면 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걸 체감했습니다. 반대로 먼저 실점하면 경기를 뒤집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팀들은 세트피스 전담 코치까지 고용합니다. 코너킥이나 프리킥 같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한 골이라도 더 만들어내기 위해서죠. 이런 상황에서 공중볼에 강하고 위치 선정이 좋은 스트라이커의 가치는 더욱 높아집니다.
XG값(Expected Goals)이라는 개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XG값이란 특정 슈팅 기회에서 골이 들어갈 확률을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같은 찬스를 받아도 어떤 선수는 골로 연결하고, 어떤 선수는 놓치는 경우가 있죠. 옵타 통계에 따르면 손흥민 선수는 XG값 대비 실제 득점 효율이 44%로, 메시나 케인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빅 찬스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팀 동료들한테 미안했습니다. 결정력이 뛰어난 스트라이커가 얼마나 값진지 몸소 느꼈죠.
유망주 기근이 몸값 인플레이션을 부릅니다
제가 축구를 시작했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유망한 공격수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젊고 실력 있는 스트라이커를 찾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지난 시즌 유럽 4대 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2000년대 출생 스트라이커는 23명에 불과했고, 이들의 평균 시장 가치는 650억 원에 달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긴 걸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롤모델의 부재가 크다고 봅니다. 2010년대에는 메시와 호날두가 윙어 포지션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죠. 그래서 전 세계 어린 선수들이 윙어를 꿈꿨습니다. 저도 처음엔 손흥민이나 아자르 같은 선수가 되고 싶었거든요. 최근 UEFA 엘리트 유스 캠프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유망주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롤모델은 벨링엄, 더 브라위너, 모드리치 같은 미드필더들이었습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아카데미 데이터를 보면 더 명확합니다. 16세부터 23세 선수들 중 공격수 비율은 전체의 20%도 안 됩니다. 게다가 유스 출신이 1군에 데뷔할 확률이 가장 낮은 포지션도 바로 공격수입니다. 빅클럽 입장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유스 출신 스트라이커를 바로 투입하는 게 너무 큰 도박이니까요.
그러다 보니 빅클럽들은 포르투갈, 브라질, 네덜란드 같은 비주류 리그에서 검증된 유망주를 찾습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적으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올라가는 거죠. 심지어 실패한 스트라이커도 재판매 가치가 높습니다. 리버풀에서 기대에 못 미쳤던 다르윈 누녜스도 알 힐랄에 850억 원에 매각됐고, 첼시의 니콜라스 잭슨도 1,000억 원 이하로는 팔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보면서, 스트라이커라는 포지션이 정말 특별하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다재다능해야 하고, 결정력도 뛰어나야 하며, 멘털까지 강해야 하니까요. 한국 축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강인, 홍현석, 배준호처럼 2선 유망주는 많은데, 박주영 이후로 최전방을 책임질 선수가 없죠. K리그 득점 순위를 봐도 상위권은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이 부분이 정말 고민입니다.
결국 스트라이커 이적료 급등은 단순한 시장 인플레이션이 아닙니다.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역할이 복잡해지고,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선수가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아마추어 레벨에서 뛰는 사람도 이 변화를 체감하는데, 프로 무대에서는 얼마나 더 치열할까요. 앞으로 전통적인 9번 스트라이커가 다시 유행할지, 아니면 새로운 유형의 공격수가 등장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의 가치는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거라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