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 선수가 MLS 행을 선택한 뒤 개막전에서 7만 5천 명이 몰렸다는 뉴스를 봤을 때, 솔직히 저는 "이게 진짜 미국 축구 리그 이야기가 맞나" 싶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은퇴를 앞둔 선수들의 마지막 무대로 여겨졌던 MLS가 이제는 프리미어리그 다음으로 전 세계 관중 수 2위를 기록하는 리그로 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제게는 데이터 이상의 충격이었습니다. 축구 데이터를 다루면서 특정 스타 영입 이후 검색량과 시청 지표가 몇 배씩 뛰는 걸 여러 번 확인했지만, MLS의 성장세는 단순히 스타 마케팅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구조적 변화였습니다.
역대 최다 관중과 리그 지출 순위가 증명하는 MLS의 위상
제가 처음 MLS를 주목하게 된 건 메시 영입 이후였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저는 미국 축구를 '4대 스포츠 뒤에 숨어 있는 마이너 리그' 정도로 생각했는데, 실제 수치를 들여다보니 완전히 달랐습니다. 최근 손흥민과 메시가 출전한 개막전은 7만 5천 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MLS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고, 2024년 한 해 동안 MLS 총 관중 수는 1,210만 명으로 프리미어리그 바로 다음인 전 세계 2위를 차지했습니다(출처: MLS 공식 자료).
더 놀라운 건 이적 시장 지출 규모입니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MLS는 리그별 지출 순위 4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리그앙, 분데스리가는 물론이고 사우디 리그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여기서 '이적 시장 지출'이란 구단들이 선수 영입에 투자한 총액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리그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선수단 퀄리티 향상에 돈을 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메시, 수아레즈, 뮐러 같은 세계적 선수들이 이미 활약 중이고, 올 겨울에는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티모 베르너까지 합류했습니다. 그리즈만, 레반도프스키 이적설에 트럼프가 직접 호날두 영입을 제안했다는 뉴스까지 나오면서 MLS는 이제 단순한 '은퇴 리그'가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무대가 됐습니다. 팍스 스포츠 조사 결과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에서 축구가 야구를 근소하게 앞질렀다는 통계까지 나왔습니다(출처: Fox Sports).
경기장을 넘어선 엔터테인먼트 경험 설계
제가 주목한 건 MLS가 단순히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번 개막전이 LAFC 홈구장이 아닌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열린 것도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여기서 '메모리얼 콜리세움'이란 1932년과 1984년 올림픽이 열렸던 미국 스포츠 역사의 랜드마크로, 이곳에서 경기를 연다는 것 자체가 '축구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겠다는 상징성을 담고 있었습니다.
경기장 밖에서는 대규모 팬 페스티벌과 미국식 테일게이트 파티가 열렸고, 경기장 안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이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며 파티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하프타임 쇼, 셀럽 소개 이벤트 등 축구 외적인 요소들이 관중들을 자발적으로 모이게 했고, 경기 내내 맥주와 피자를 즐기는 한국 야구장 분위기와 비슷한 문화를 형성했습니다.
저도 데이터 분석 업무를 하면서 단순히 경기력만으로는 팬덤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걸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MLS는 이걸 정확히 알고 있었고, '경기 관람 그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이런 접근이 장기적인 팬 유입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유럽과 다른 통합 마케팅과 콘텐츠 중심 전략
일반적으로 유럽 축구 리그들은 각 구단이 독자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MLS는 정반대 방식을 택했습니다. 리그 사무국이 직접 마케팅을 주도하는 통합 캠페인 방식을 채택하여, 세계적 광고 회사 오길비와 협력해 '더 콜'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통합 캠페인'이란 개별 구단이 아닌 리그 전체가 하나의 브랜드처럼 움직이며 마케팅 메시지를 통일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각 구단은 '크리에이티브 운영팀'에 가장 많은 인력을 배치하여 소셜 미디어와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있으며, 틱톡 파트너십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제작도 추진 중입니다. 그 결과 MLS는 유럽 빅리그에 버금가는 소셜 미디어 팔로워 수를 기록했습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유럽 5대 리그 바로 다음이고, 틱톡과 페이스북 합산 팔로워는 전 세계 모든 스포츠 리그 중 11위로 NHL과 불과 100만 명 차이입니다.
제가 직접 MLS 관련 콘텐츠를 추적해보니, 단순히 스타 선수 영입 소식만 다루는 게 아니라 매주 시즌 콘텐츠를 제작하며 팬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접근은 사우디 리그와 확실히 다릅니다. 사우디는 스타를 사서 붙이는 방식이지만, MLS는 영입한 스타들을 활용해 산업을 만들고 장기적인 팬덤을 구축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MLS가 이렇게 엔터테인먼트 중심 전략을 택한 건 리그의 탄생 배경이 유럽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축구는 원래 NFL, NBA, MLB, NHL이라는 4대 스포츠의 높은 벽에 부딪혔고, 1970년대 북미 사커리그는 펠레 같은 슈퍼스타를 영입했음에도 실패했습니다. 이는 미국에서 축구가 유럽 스타만으로는 흥행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고, MLS는 출범부터 미국 스포츠 문법에 축구의 매력을 섞어 리그를 키우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투자 순환 구조와 2026 월드컵이 만드는 성장 동력
제 경험상 이벤트만으로는 리그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MLS가 진짜 무서운 건 투자된 돈이 다시 리그로 돌아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이 구조는 크게 5가지 요소로 이뤄져 있습니다.
첫째, 투자 확대입니다. MLS는 이제 단순한 빅스타 마케팅을 넘어 전반적인 선수단 영입에 적극 투자하는 리그가 됐습니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 지출이 리그앙, 분데스리가, 사우디보다 높다는 건 스타 영입을 넘어 팀 전체 퀄리티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둘째, 유통 인프라 구축입니다. MLS는 애플과 25억 달러 규모의 딜을 체결했고, 애플 TV 가입자 수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추가 구독 수익의 50%를 MLS가 가져가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2026년부터는 MLS 시즌 패스가 애플 TV 구독 서비스에 추가 비용 없이 포함되어, 기존 애플 TV 구독자들을 잠재 고객으로 자동 유입시킬 수 있게 됩니다.
셋째, 운영 안정성입니다. 유럽 리그와 달리 강등제가 없어 구단이 성적 부진으로 무너질 리스크가 적고, 샐러리 캡 제도를 통해 팀들의 무리한 지출을 통제하여 30개 팀이 안정적으로 운영됩니다. 여기서 '샐러리 캡'이란 각 구단이 선수 연봉에 쓸 수 있는 상한선을 리그 차원에서 정해놓는 제도로, 쉽게 말해 부자 구단이 돈으로 리그를 독식하는 걸 막는 장치입니다.
넷째, 확장 가능성입니다. 2020년 이후 총 6개 팀이 신규 창단됐고, 작년에는 만수르 그룹이 구단주로 있는 샌디에이고가 합류하며 총 30개 팀으로 늘었습니다. 점점 비싸지는 가입비에도 팀 수가 증가한다는 건 MLS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며, 기존 팀들의 가치 상승에도 기여합니다.
다섯째, 스타디움 복합화입니다. MLS 구단들은 축구 경기장을 넘어 새로운 수익 모델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내슈빌은 콘서트 같은 이벤트를 운영하고, 콜럼버스와 신시내티는 경기장 주변에 주거지, 공원, 상업 시설을 개발하여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 5가지 요소가 돈의 순환 고리를 만들면서 MLS는 성장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26년 MLS 평균 구단 가치는 7억 3,100만 달러로 2019년 대비 12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출처: Forbes). 이는 MLS가 돈이 많아서 성장한 게 아니라, 돈을 투자하고 순환시키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이라는 결정적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백악관이 월드컵 TF를 만들고 틱톡까지 가세하면서 월드컵 노출이 극대화될 것이며, 글로벌 기업들의 예산이 MLS로 흘러갈 가능성이 큽니다. 역사적으로 월드컵 개최는 개최국의 리그 발전과 대표팀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었고, MLS는 이 기회를 통해 리그 흥행력을 더욱 키우려 합니다.
미국 내 축구 수요도 이미 크게 변했습니다. 히스패닉 인구가 미국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2060년에는 1/3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은 전통적으로 축구에 열광하는 멕시코 및 중남미 출신입니다. 또한 18~34세 MG세대에서 MLS 팔로우 의향이 3배 가까이 증가했고, 틱톡과 유튜브를 통해 젊은 층이 MLS를 더 많이 찾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야구장에 MG세대가 몰리는 현상과 비슷한 방식으로 MLS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MLS는 단순히 스타 선수를 영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기장 경험 설계, 통합 마케팅, 콘텐츠 제작, 투자 순환 구조, 그리고 2026 월드컵이라는 변수까지 모두 활용하며 장기적 성장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는 축구가 스포츠이면서 동시에 거대한 산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선수 입장에서도 이제 MLS는 경쟁력과 삶의 질, 브랜드 가치를 모두 고려할 수 있는 합리적 선택지가 됐다고 봅니다. 2026년 월드컵 이후 MLS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지켜보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