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이정효 감독이 수원 삼성으로 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광주에서 보여준 축구가 인상적이긴 했지만, 과연 K리그 2에서도 그 색깔이 통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개막전 수원월드컵경기장, 일명 빅버드에 2만 4천 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다는 기사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감독 교체가 아니라 팬들의 기대감 자체를 바꿔놓은 사건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아마추어 축구를 하면서 느낀 건데, 리더 한 명이 바뀌면 팀 전체의 에너지가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개막전부터 드러난 전술 철학
이정효 감독 부임 후 첫 경기를 보면서 저는 '이게 정말 같은 팀이 맞나' 싶었습니다. 선수들이 90분 내내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전방 압박을 가하는 모습은 이전 시즌과 완전히 달랐거든요. 여기서 전방 압박(High Press)이란 상대가 수비 지역에서 볼을 소유했을 때 즉각적으로 압박을 가해 빠르게 볼을 빼앗으려는 전술을 의미합니다. 11명 전체가 한마음으로 움직이니 경기 템포가 확 빨라지고 공수 전환도 원활해졌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수비 라인의 안정감이었습니다. 홍정우, 송주훈, 그리고 김정훈 골키퍼로 이어지는 백라인이 매우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K리그1 출신 선수들의 합류는 팀의 무게감을 한층 높였습니다(출처: 대한축구협회). 제가 전지훈련 현장을 직접 취재한 적은 없지만, 랑키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이정효 감독은 하루 3시간가량 훈련하면서 선수들의 움직임이 의도대로 나오지 않으면 즉시 훈련을 멈추고 전술 설명을 길게 해준다고 합니다. 이건 과르디올라 감독의 방식과 매우 유사한데, 선수들이 감독의 축구 철학을 몸으로 익힐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남전에서 1대 0으로 뒤지다 2대 1로 역전승한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TV로 경기를 봤는데, 동점골이 터진 순간 이정효 감독이 오히려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나중에 기자회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실점 이후 준비했던 공격 패턴이 나오지 않아 화가 났던 상태였고, 골이 터져 경기가 멈춘 그 순간을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전달할 기회로 삼았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에서 감독의 축구에 대한 엄청난 몰입도와 전술적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선수 기용에서 드러난 철학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김성준 선수의 재발견이었습니다. 왜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투지, 스피드, 집중력, 기술 등 높은 잠재력을 보여줬거든요. 전방 압박 시 기회를 엿보고 타이밍을 잡아 뛰어드는 능력이 탁월했는데, 박현빈 선수와 함께 미드필더진에서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과거 매탄 유스 시절 유럽 진출을 시도했던 경험이 있다는 걸 알고 나니, 이정효 감독이 개막전에 그를 기용한 이유가 이해됐습니다.
이정효 감독은 정호연, 고승범 같은 뛰어난 미드필더를 영입했음에도 개막전에서 동계 훈련을 함께하며 헌신했던 선수들에게 먼저 기회를 줬습니다. 이건 단순히 이기려는 목적을 넘어 팀워크와 동기 부여를 중시하는 감독의 확고한 철학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저도 아마추어 팀에서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는데, 같이 땀 흘린 동료들에게 먼저 기회가 돌아가는 걸 보면 팀 전체의 사기가 올라가더라고요.
감독의 선수 기용 철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동계 훈련을 함께한 선수들에게 우선 기회 부여
- 늦게 합류한 스타 선수보다 팀 헌신도 우선
- 잠재력과 투지를 중시하는 선발 기준
이러한 결정은 선수단의 잠재력과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팬들에게도 짜릿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개막전 점유율이 6대 4로 우위를 점했고, 90분 내내 점유율이 한 번도 뒤처진 적이 없었다는 건 수원이 경기 전체를 지배했음을 의미합니다(출처: K리그 공식 홈페이지).
체력과 전술의 완벽한 결합
수원 선수들의 엄청난 활동량은 광주 시절부터 이정효 감독 축구의 핵심인 '체력'에서 비롯됩니다. 여기서 체력이란 단순히 많이 뛰는 것이 아니라 90분 내내 고강도 압박과 빠른 템포를 유지할 수 있는 지구력과 순발력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박지성, 손흥민 같은 선수들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듯이, 수원도 전지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제가 특히 주목한 건 상대 압박 무력화 전술입니다. 수비 라인 4명의 선수가 경기장을 매우 넓게 활용하는 게 핵심인데, 김준원 골키퍼가 볼을 잡으면 홍정운, 송주훈은 물론 박대원, 이건희 선수까지 좌우로 최대한 벌려 섭니다. 이는 상대의 전방 압박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경기장이 넓어지면 상대의 압박 전형도 넓게 벌어져 효율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측면으로 볼을 전개하며 상대를 바깥으로 분산시키는 움직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건희와 박대원이 볼을 잡을 때 강성진과 헤이스가 터치라인을 밟고 넓게 포진하여 뒤쪽뿐만 아니라 앞쪽에서도 상대를 끌어냅니다. 그러면 중앙 공간이 비게 되고, 김성준, 김민우, 박현빈 같은 선수들이 비어있는 안쪽 공간으로 빠르게 침투하여 패스를 받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패턴은 광주 시절 아사니의 역할과 유사하며, 이정효 감독 축구의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이정효 감독은 방향 전환(Switch of Play)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여기서 방향 전환이란 한쪽 측면으로 상대 수비를 몰아세운 후 반대편의 넓은 공간으로 볼을 전환하여 공격 기회를 만드는 전술을 말합니다. 실제로 여러 차례 패스 연결을 통해 측면으로 수비를 유인한 후, 반대편 비어있는 공간으로 볼을 전환하여 결정적인 찬스를 만드는 장면이 자주 관찰되었습니다. 비록 완벽한 득점 찬스로 이어지지 못하더라도, 수원이 이러한 방식으로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입니다.
저는 이번 수원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감독 한 명이 팀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단순히 전술만 바뀐 게 아니라 팀 전체의 문화와 기대치가 달라졌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정효 감독이 강조하는 '의도를 가지고 경기를 해야 한다'는 말처럼, 수원은 분명히 감독 스타일의 축구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K리그 2에서 가장 전력이 좋은 팀으로 평가받는 만큼, 앞으로 이 전술의 완성도가 얼마나 빨리 100%에 도달할지 기대됩니다. 다만 한편으로는 이런 관심이 단기적인 기대에 머무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감독 한 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으니까요. 팀의 체질 개선은 선수단 구성, 구단의 장기적인 지원, 그리고 시간이 함께 필요합니다. 수원의 밝은 미래를 예상하게 하는 긍정적인 출발이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YRdVH0X2Gk, https://www.youtube.com/watch?v=5ztDjuU0eFk, https://www.youtube.com/watch?v=6IBCE1oUEi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