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살라의 리버풀 결별설은 단순한 이적 소식을 넘어 프리미어리그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2010년대 프리미어리그를 수놓았던 윙어들이 하나둘씩 무대를 떠나는 지금, 그 시절을 함께 봤던 사람이라면 단순한 이적 뉴스 그 이상으로 느껴질 겁니다. 이 글은 그 시대의 윙어들을 순수 임팩트와 퍼포먼스 기준으로 되짚어보는 기록입니다.
EPL 역대 최고 윙어를 가리는 기준: '캐리어 임팩트'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EPL 윙어를 평가할 때 득점 수치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꽤 불완전한 기준입니다. 제가 직접 수십 경기를 챙겨보면서 느낀 건, 같은 10골이라도 어떤 국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넣었느냐가 선수의 가치를 훨씬 더 잘 말해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축구에서 윙어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는 캐리어 임팩트(Career Impact)입니다. 특정 선수가 팀 전체의 성적과 스타일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종합적으로 측정하기 때문에 단순 골·어시스트 합산과는 다릅니다. 이 기준으로 D티어와 C티어를 나눠보면 꽤 선명해집니다.
D티어에 분류되는 앙토니 마샬, 시오 월콧, 사미르 나스리, 루카스 모우라는 각자의 방식으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나스리는 아스날 시절 순수 기술만 놓고 보면 C티어를 넘볼 만했지만, 이후 약물 징계와 멘탈 이슈로 커리어를 스스로 갉아먹었습니다. 마샬은 높은 이적료에 비해 수비 가담과 프로 의식 면에서 너무 오랫동안 팬들의 기대를 배신했고요.
C티어의 마커스 래시포드는 조금 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맨유 유스 출신으로 등장 당시의 임팩트는 분명히 있었지만, 기복 심한 경기력이 결국 발목을 잡았습니다. 반면 윌리안은 첼시에서 7년간 보여준 성실함 하나만큼은 진짜였습니다. 브라질 선수 특유의 기교에 영국 축구 특유의 헌신성을 더한 스타일이었는데,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넘지 못했다는 점이 결정적인 한계였습니다.
2010년대 EPL 윙어 티어별 핵심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D티어: 잠재력은 있었으나 꾸준함과 프로 의식에서 실패한 선수들
- C티어: 능력은 검증됐지만 팀을 캐리하는 크랙(Crack)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선수들
- B티어: 리그 정상급 퍼포먼스를 보였으나 이적 후 폼 유지에 실패하거나 결정적 순간에 아쉬움을 남긴 선수들
- A티어: 팀의 핵으로서 리그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선수들
- S티어: 기록과 지속성 모두에서 시대를 초월한 선수
'소년 가장' 산체스와 '펩의 황태자' 스털링, 재평가가 필요한 이유
B티어에서 저는 알렉시스 산체스를 다시 한번 짚고 싶습니다. 산체스를 B티어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스날 시절의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A티어 하단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아스날 말기의 산체스는 팀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혼자 두 자릿수 골과 어시스트를 채워 넣었습니다. 제가 그 시절 아스날 경기를 챙겨볼 때마다 느꼈던 건, '이 팀이 지지 않는 이유는 산체스 혼자서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는 감각이었습니다. 소년 가장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선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는데, 맨유 이적 후의 폭망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바람에 아스날 시절이 묻혀버린 게 아쉽습니다.
라힘 스털링은 맨시티에서 펩 과르디올라의 전술 시스템 안에서 완성형 윙어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펩 과르디올라의 전술 시스템은 공격 시 풀백이 하프스페이스(Halfspace)로 침투하며 윙어의 공간을 열어주는 방식을 핵심으로 하는 포지셔널 플레이(Positional Play)로, 윙어가 개인 돌파보다 위치 선점과 공간 활용으로 기여하는 구조입니다. 스털링은 이 틀 안에서 자신의 스프린트 능력과 오프 더볼(Off-the-ball) 움직임을 극대화했습니다. 현대 축구에서 윙어의 실질적인 가치를 판단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이 능력치로 리그 최상위권에 위치했던 스털링이었지만, 챔피언스리그(UCL) 같은 결정적 무대에서 골 결정력이 흔들렸던 점과 커리어 후반 폼 하락이 B티어에 머무르는 근거가 됩니다.
아자르 vs 살라, '기록의 제왕'과 '균열의 지배자' 중 S티어는 누구?

살라를 S티어에 단독 배치하는 것은 기록적 수치 면에서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살라는 프리미어리그 득점왕(17/18, 18/19, 21/22, 24/25)을 네 차례 차지했고, 외국인 선수 통산 최다 득점 기록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EPL 공식 기록에 따르면 살라는 2024-25시즌 기준으로도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입니다.
그런데 '임팩트'라는 기준을 좀 더 앞세운다면, 전성기 에덴 아자르는 살라와 같은 선상에 놓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직접 수십 번의 첼시 경기를 챙겨보면서 느낀 건, 아자르가 공을 잡는 순간 상대 팀의 수비 조직 자체가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살라가 시스템 안에서 최고의 효율을 내는 '득점 기계'라면, 아자르는 시스템 자체가 붕괴된 상황에서도 혼자서 경기를 뒤집는 '균열의 지배자'였습니다.
수치화되지 않는 공포감, 즉 상대 수비수가 아자르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은 어떤 스탯 시트에도 잡히지 않습니다. 이건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FIFA 공식 발표 기준으로도 아자르는 2014-15시즌 PFA(Professional Footballers' Association)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었을 만큼 리그 내 동료 선수들에게도 인정받은 임팩트였습니다. 선수들이 직접 투표로 뽑는 시상으로, 전문가나 팬의 시각이 아닌 '같은 리그에서 상대해본 선수들의 평가'라는 점에서 더욱 신뢰도가 높습니다.
손흥민과 마레즈, A티어 순위 매기기의 딜레마
손흥민을 A티어 최하위로 분류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에서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승 트로피나 팀 캐리 능력을 절대 기준으로 삼는다면 마레즈와 마네보다 아래에 두는 게 타당합니다. 마레즈는 레스터 시티의 기적적인 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이후 맨시티에서 트레블(Treble)까지 경험했습니다. 한 시즌에 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제패하며 유럽 축구에서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성취 중 하나를 이룬 셈이니까요.
그러나 프리미어리그라는 거친 무대에서 아시아인으로서 보여준 지속성과 순수 득점력만 놓고 본다면, 손흥민이 마레즈나 마네보다 실력 면에서 뒤처진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손흥민의 경기를 가장 실감 나게 느꼈던 건 케인이 빠진 상황에서도 팀의 에이스로 버텨낸 시즌들이었습니다. 토트넘의 공격 옵션이 손흥민 혼자나 다름없던 시기에도 두 자릿수 득점을 유지했다는 사실은, 화려한 팀 커리어가 없다는 이유로 저평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사디오 마네는 클롭의 게겐프레싱(Gegenpressing) 전술 안에서 전술적으로 가장 완벽하게 녹아든 윙어였습니다. 공을 빼앗긴 직후 상대 팀이 전환을 시도하는 5초 이내에 강도 높은 압박으로 즉시 공을 되찾으려는 전술로, 높은 체력과 전술 이해도를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에 마네는 이 전술의 최전방 실행자로서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리그 우승을 함께 이끌었습니다. 마레즈는 솔직히 이 티어리스트 기준에서도 저평가받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레스터 우승 시즌의 마레즈는 단순히 좋은 활약을 한 게 아니라, 이 선수가 없었으면 그 기적 자체가 불가능했을 수준의 퍼포먼스였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 윙어들의 전성기는 분명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일의 인터밀란 마이콘 학살, 아자르의 엉덩이 드리블, 살라의 불가능한 각도 슈팅처럼, 어느 새벽 TV 앞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게 만들었던 장면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이 세대 윙어들이 남긴 기록과 임팩트는 앞으로 EPL에 등장할 다음 세대를 평가하는 기준점이 될 것이고, 그 기준은 꽤 높습니다. 살라의 이적이 확정되는 날, 아마 저는 다시 한번 그 시절 영상 클립을 찾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2010년대 최고의 윙어는 누구인가요?
프리미어리그와 FIFA 공식 사이트의 정보를 참고하여 본인의 생각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