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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리그 무명에서 MLS 득점왕까지, 데니스 부앙가가 증명한 '과정'의 가치

by 데이타 2026. 4. 25.

LAFC 유니폼을 입고 골 세리머니를 하는 데니스 부앙가 선수
LAFC의 상징이 된 부앙가의 공중제비 세리머니

6부 리그 출신 선수가 구단 역사상 최다 득점자가 될 수 있을까요? 보통은 고개를 젓겠지만, 데니스 부앙가는 그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에 실제로 답을 내놓은 사람입니다. 아카데미에서 방출당한 선수가 훗날 클럽의 전설이 되기까지, 그 과정이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닌 이유를 저는 제 커리어 초반의 경험과 함께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방출과 임대: '나만의 리그'에서 내실을 다지는 시간

데니스 부앙가가 처음 성인 무대에 발을 디딘 곳은 6부 리그의 아마추어 클럽이었습니다. 고향 클럽인 르망 FC 아카데미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직후였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멈칫했던 건, 그게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내가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정체성의 위기이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사회 초년생 시절,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조직의 계약직으로 커리어를 시작하며 부앙가와 유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습니다. 당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스스로를 향해 "내 가치가 이것밖에 안 되는 건가"라고 자책하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부앙가가 스트라스부르와 투르 FC를 전전하던 임대 시절에 느꼈을 감정이 아마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프로 데뷔 후 FC 로리앙에서 14-15 시즌 단 8분을 뛰고, 이후 3부 리그 스트라스부르와 2부 리그 투르 FC로 임대를 떠났습니다. 여기서 임대(Loan)란, 선수 등록권은 원 소속 클럽이 보유한 채로 다른 클럽에서 일정 기간 뛰는 계약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소속은 있지만 자리는 없는 상태, 축구판의 계약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부앙가는 이 시간을 훗날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낯선 환경에서 묵묵히 쌓은 실무 감각은 훗날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화려한 조명이 없는 곳에서 쌓은 것들이 결국 진짜였습니다.

부앙가의 임대 시절이 갖는 의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군 자리를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도 실전 경험을 꾸준히 쌓았습니다.
  • 다양한 리그 환경과 전술 체계에 노출되며 전술적 유연성을 키웠습니다.
  • 자신이 원하는 무대가 아닌 주어진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회복 탄력성(Resilience)은 역경과 실패에도 무너지지 않고 본래 상태 또는 그 이상으로 돌아오는 심리적 능력을 뜻합니다. 부앙가의 임대 시절은 이 회복 탄력성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긴 증거입니다.

시련을 성장의 동력으로, 부앙가의 '회복 탄력성'

생테티엔으로 이적한 뒤, 부앙가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2021년 4월, 그는 '더러운 흑인'이라는 노골적인 인종차별 영상을 받았습니다. 벌금형으로 끝난 처벌이 그의 상처를 채워줄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외부 공격이 선수의 심리적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훼손할 수 있지만, 부앙가는 이를 실력으로 극복했습니다.

 

21-22 시즌, 부앙가는 9골 6도움이라는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자신에게 가해진 공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낸 것입니다. 그러나 팀은 7승 11무 20패로 리그 18위에 그쳤고, 오세르와의 승강 플레이오프(Promotion/Relegation Playoff) 끝에 결국 강등당했습니다. 1부 리그 하위권 팀과 2부 리그 상위권 팀이 맞붙어 잔류와 승격을 다투는 경기에서 강등을 당해 분노한 팬들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홍염을 던지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본인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팀이 무너지는 상황, 그 무력감은 직장 생활에서도 종종 겪는 감각입니다. 프로젝트를 살려보려 했는데 조직이 먼저 흔들리는 경험이요. 그럼에도 부앙가는 생테티엔 시절을 "환상적인 팬들과 보낸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했습니다. 이걸 단순한 낙관주의로 보기에는 뭔가 부족합니다. 저는 이것을 고통을 자신의 서사를 완성하는 재료로 승화시키는 능력, 말하자면 '긍정의 연금술'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누구나 결과가 좋을 때 긍정적이기는 쉽습니다. 강등되고도 그 시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은 다릅니다.

LAFC의 전설이 된 비결: 지정 선수(DP) 제도가 만든 변화

2022년 8월, 부앙가는 MLS의 LAFC로 이적하며 완전히 다른 챕터를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그가 지정 선수(Designated Player)로 영입되었다는 점입니다. MLS가 도입한 샐러리 캡(연봉 총액 상한선) 예외 조항으로, 각 구단이 최대 3명에 한해 상한을 초과하는 연봉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데이비드 베컴의 LA 갤럭시 입단을 계기로 만들어져 '베컴 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립니다. 쉽게 말해, 클럽이 리그 규정을 넘어서서라도 반드시 데려오고 싶은 선수에게 주어지는 자리입니다.

 

이 제도가 부앙가에게 준 것은 단순히 돈이 아니었습니다. 심리적 안정감과 동시에 '이 클럽이 나를 믿는다'는 확신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조직이 나를 얼마나 신뢰하느냐가 퍼포먼스에 직접 연결됩니다. 그리고 부앙가는 그것을 그라운드에서 정확히 증명했습니다.

 

그 성과는 숫자로 분명합니다. 2022년 서포터즈 실드(Supporters' Shield) 우승을 확정 짓는 결승골을 터뜨렸고, MLS 컵 플레이오프 8강에서 LA 갤럭시를 상대로 혼자 두 골을 몰아쳤습니다. MLS 정규 시즌 전체 30개 클럽 중 최다 승점을 기록한 팀에게 수여되는 우승 트로피로, 정규 시즌 최강자를 가리는 지표이자, 이후 MLS 컵 홈 어드밴티지와도 연결됩니다. 결승전에서는 후반 막판 역전을 허용했지만, 가레스 베일의 극적인 동점골과 부앙가의 승부차기 성공으로 구단 창단 첫 MLS 컵을 품에 안았습니다.

 

이후 퍼포먼스는 더 가파르게 올라갔습니다. 2023년 리그에서만 20골로 득점왕, 모든 대회 합산 38골을 기록했습니다. MLS 역사상 처음으로 세 시즌 연속 20골을 돌파했고, 카를로스 벨라가 세운 LAFC 역대 최다 득점 기록도 넘어섰습니다. 2025년에는 손흥민 선수와의 파트너십으로 18경기 연속골이라는 기록을 만들어냈습니다. 클럽 간 이적 시장에서 스타 선수의 이동이 리그 흥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핵심 스타가 장기 재계약을 선택할 경우 해당 클럽의 팬 참여도와 경기장 점유율이 평균 15~20% 이상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부앙가는 2026년 2월 LAFC와 2028년까지 재계약을 체결하며 그 흐름을 직접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6부 리그에서 출발해 한 클럽의 역사가 된 부앙가의 이야기는, 저에게 "지금 내가 서 있는 리그의 높이가 아니라 그곳에서 무엇을 쌓고 있는가"를 다시 묻게 만듭니다. 방출과 임대와 강등을 거쳐온 사람이 전설이 되었다면, 결국 과정을 어떻게 정의했느냐가 결과를 만든 것 아닐까요. 지금 작은 리그에 있더라도 포기하기 전에, 부앙가의 궤적을 한 번쯤 떠올려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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