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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피스 전술 분석 (코너킥, 아스날, 니콜라스 조버)

by 데이타 2026. 3. 2.

세트피스 관련 사진

솔직히 저는 세트피스를 단순히 '키 큰 선수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경기에서 세트피스 득점을 경험하고 나서, 이건 단순한 피지컬 싸움이 아니라 치밀한 전술 설계의 결과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스날이 보여주는 세트피스 득점력은 이러한 생각을 더욱 확신하게 만들었습니다. 2023-2024 시즌 이후 코너킥으로만 33골을 기록하며 다른 빅클럽들을 10골 이상 앞서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한 아스날의 사례를 통해, 현대 축구에서 세트피스가 어떻게 독립된 전술 영역으로 진화했는지 분석해보겠습니다.

세트피스가 약팀의 치트키가 된 배경

세트피스(set piece)는 축구 경기에서 데드볼 상황에서 미리 짜둔 패턴대로 공격하는 전술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데드볼 상황이란 경기가 일시 정지되고 선수들이 정해진 위치에서 플레이를 재개하는 순간을 뜻합니다. 프리킥과 코너킥이 대표적이며, 체스의 기물(피스)을 배치하듯 선수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한다는 의미에서 세트피스라는 명칭이 붙었습니다.

제가 주목한 건 세트피스가 가진 독특한 특징입니다. 일반적인 공격 상황에서는 수비팀이 공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할 수 있지만, 세트피스에서는 공격팀이 주도권을 완전히 쥐고 있습니다. 키커는 정지된 공을 아무런 방해 없이 원하는 위치로 정확하게 보낼 수 있고, 나머지 선수들은 약속된 타이밍에 움직임을 시작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세트피스는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가 됩니다. 저도 경기에서 필드 플레이로는 도저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다가 코너킥 한 방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 경험이 있습니다. 그날 상대 수비는 박스 안을 완벽하게 잠갔고, 우리의 점유율은 높았지만 슈팅 찬스조차 만들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코너킥 상황에서 약속된 움직임대로 니어 포스트로 파고들어 헤딩 골을 넣으면서 경기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실제로 2017년 3월 한국 대표팀이 중국에게 0-1로 패한 경기에서도, 중국은 세트피스 한 방으로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상대적으로 피지컬이 약한 일본 대표팀 역시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베트남을 상대로 세트피스로 2골을 실점했습니다(출처: 대한축구협회). 이는 세트피스가 단순한 보너스 득점 기회가 아니라,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전술 요소임을 보여줍니다.

최근 수비 전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정공법으로 골을 넣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유럽 상위 리그에서도 세트피스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습니다. 강팀이든 약팀이든 세트피스 코치를 별도로 구성해 다양한 전략을 연구하는 추세입니다.

아스날 코너킥 루틴의 디테일과 골키퍼 블록 전략

아스날의 세트피스가 특별한 이유는 기본 콘셉트는 단순하지만 디테일에서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기본 전략은 6야드 박스 안에 6명 정도의 선수를 배치하고 인스윙 킥으로 골대 쪽으로 붙여 헤딩 득점을 노리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인스윙 킥이란 공이 골대 안쪽으로 휘어 들어가는 킥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아스날의 차별점은 선수 배치 방식에 있습니다. 다른 팀들은 골대 앞에 미리 서 있는 반면, 아스날 선수들은 파 포스트(골대에서 먼 쪽 기둥) 뒤쪽에 숨어 있다가 킥 직전에 안쪽으로 몰려 들어옵니다. 이렇게 뒤에서부터 뛰어들어오는 움직임은 수비수의 미리 제지를 피하고 '잘라먹는 헤더'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수비수가 공격수를 계속 유니폼으로 잡고 있으면 공격수는 제대로 된 위치 선정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파 포스트 뒤에서 출발하면 수비수는 공격수를 계속 붙잡고 있기 어렵고, 킥이 차이는 순간 공격수가 먼저 움직임을 시작하면 수비수는 한 발 늦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스날 세트피스의 또 다른 핵심은 골키퍼 블록입니다. 골키퍼 블록이란 상대 골키퍼가 튀어나와 공을 캐칭하거나 펀칭하는 것을 몸으로 막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좋은 루틴이라도 골키퍼가 공을 쳐내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골키퍼의 활동 반경을 제한하는 것이 결정적입니다.

벤 화이트 선수가 이 역할의 전문가입니다. 그는 골키퍼를 대놓고 밀지 않고 골키퍼 앞에 서서 등으로 살짝 등치기를 하여 움직임을 제한합니다. 이러한 '살짝 등치기'는 심판들이 파울로 간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 수비수가 벤 화이트를 밀면, 벤 화이트는 그 힘을 이용해 골키퍼 쪽으로 밀려나면서 골키퍼도 함께 밀리게 만듭니다. 이렇게 되면 골키퍼가 밀려도 파울이 아닌 상황이 연출됩니다.

가브리엘 마갈량이스는 지난 5년간 세트피스로만 17골을 넣은 뛰어난 헤더 능력자입니다. 아스날은 가브리엘을 페널티 에리어 쪽에서 출발시켜 J 동작으로 수비를 떨구고 점프 헤더를 시도하게 합니다. J 동작이란 알파벳 J자처럼 먼저 뒤로 빠졌다가 앞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뜻합니다. 다른 선수들은 가브리엘이 헤딩할 공간을 만들어주는데, 때로는 네 명의 선수가 가브리엘 주변을 완전히 블록하여 헤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상대 팀들은 가브리엘의 점프 헤더를 막기 위해 두 번의 맨투맨 마킹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가브리엘이 처음 서 있는 지점과 목표 지점에서 각각 수비를 붙여 아예 목표 지점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스날은 패턴을 끊임없이 바꾸며 계속해서 득점에 성공합니다.

아스날의 핵심 전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파 포스트 뒤에서 출발하여 수비 제지 회피
  • 벤 화이트의 골키퍼 블록으로 캐칭 방해
  • 가브리엘 주변 공간 확보를 위한 조직적 블록
  • 니어 포스트와 파 포스트 방향을 계속 바꾸는 변칙 운영
  • 살리바의 오프사이드 라인 조작을 통한 변형 코너킥

니콜라스 조버와 세트피스 코치의 중요성

아스날의 천재적인 세트피스는 니콜라스 조버 세트피스 코치의 작품입니다. 그는 브렌트포드에서 세트피스 코치로 활동하며 토마스 프랭크 감독에게 극찬을 받았고, 아르테타 감독에게 발탁되어 맨시티를 거쳐 아스날에 합류했습니다. 조버가 합류하기 전 아스날의 코너킥 득점은 프리미어리그 공동 꼴찌였으나, 현재는 유럽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출처: 프리미어리그).

조버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뮌헨, 바르셀로나 같은 빅클럽들도 그를 영입하려 했으나, 지난 4월 아스날과 2027년까지 재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아스날 경기 중 세트피스 상황이 되면 아르테타 감독이 벤치에 앉아있고 조버 코치가 터치라인 쪽으로 나가 진두지휘를 합니다. 아르테타가 그에게 통제권을 완전히 넘겨준 것입니다.

세트피스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실제 경기에서 세트피스가 성공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감독은 훈련 시 충분한 세트피스 훈련 시간을 부여해야 하고, 선수들이 지루해할 수 있는 세트피스 훈련에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조버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조버의 능력을 알아보고 전폭적으로 지원한 아르테타의 판단력이 더욱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감독들이 자신의 에고나 질투 등의 이유로 훌륭한 스태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르테타는 선수들에게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경기에 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세트피스 코치가 마음 놓고 지시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측면 프리킥에서도 아스날은 특이한 루틴을 사용합니다.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다가 빠진 후 다시 들어가는 방식을 통해 좋은 위치를 선점하는데, 이는 키커와 선수들 간에 명확한 약속된 타이밍을 활용합니다. 리버풀전에서 사카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들어갔으나 슈팅이 빗나간 사례처럼, 아스날의 세트피스에는 항상 플랜 B가 존재합니다.

또한 측면 프리킥 시 항상 볼과 가까운 뒤쪽에 두 명의 선수를 배치하여 역습을 예방합니다. 킥이 짧아 상대에게 잘려 역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하여, 이곳에서 바로 끊어낼 수 있도록 계산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세트피스 루틴이 성공하려면 키커가 공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아스날의 사카와 라이스는 탑급의 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시즌 사카가 다쳤을 때 코너킥 득점이 감소했던 사례는 키커의 중요성을 방증합니다. 또한 키 큰 선수들의 활용도 중요한 요소로, 아스날은 키 큰 선수들이 많아 헤더 득점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세트피스는 더 이상 운에 의존하는 플레이가 아니라 반복 훈련과 치밀한 설계가 만들어낸 필연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바로는, 약속된 타이밍에 정확히 움직이고 공간을 읽는 눈을 가진 팀이 세트피스에서 압도적인 득점력을 보입니다. 아스날이 세 시즌 연속 리그 2위를 차지한 팀이지만, 세트피스라는 치트키의 도움을 받아 올 시즌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세트피스 코치라는 전문 영역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현대 축구에서, 우리나라 축구도 이러한 미세한 분야에서의 이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EC%84%B8%ED%8A%B8%ED%94%BC%EC%8A%A4+%EC%A0%84%EC%88%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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