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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돼도 안 잘라!" 토트넘의 데제르비 선임이 낭만적인 이유

by 데이타 2026. 4. 10.

새벽에 토트넘 오피셜 기사를 보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5년 계약이라니요? 그것도 강등권 싸움을 하는 팀이 강등 해지 조항조차 없는 계약입니다. 이건 축구 게임에서도 힘든, 말 그대로 잘못된 계약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강등권 팀이 강등 시 계약 해지 조항도 없이 '전술가'를 5년간 붙잡아두는 선택, 이게 진짜 현실이 맞나 싶었습니다. 데제르비의 축구가 얼마나 난도 높은 요구를 선수들에게 들이미는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계약이 얼마나 무모한 동시에 매혹적인지 느낄 겁니다.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 전경과 데제르비 감독의 부임
"강등권 탈출이냐, 철학의 완성이냐. 토트넘의 위험한 선택이 시작되었습니다."

해지 조항 없는 5년 계약? 토트넘이 작정하고 DNA를 바꾸려 합니다

강등 위기에 처한 팀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교과서적인 카드는 뭘까요? 대부분은 수비를 두껍게 쌓고 롱볼로 역습을 노리는 실용주의 감독, 이른바 '소방수'를 부릅니다. 그런데 토트넘은 정반대의 카드를 꺼냈습니다. 데제르비는 사수올로, 샤흐타르, 브라이턴, 마르세유를 거치며 유럽에서 손꼽히는 전술가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특히 브라이턴에서 프리미어리그 6위라는 성과를 냈고, 당시 팀의 핵심이었던 카이세도와 맥 앨리스터는 챔피언스리그 팀으로 이적했습니다. 그러나 브라이턴의 자원은 지금 토트넘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제가 눈여겨본 부분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브라이턴은 데제르비 철학에 맞게 선수를 키웠지만, 토트넘은 이미 형성된 스쿼드에 철학을 이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가장 시선을 끄는 조건은 강등 시 계약 해지 조항이 없다는 점입니다. 즉, 만약 토트넘이 챔피언십(잉글랜드 2부 리그)으로 떨어지더라도 데제르비는 그 팀의 감독입니다. 이것이 단순한 신뢰의 표시인지, 아니면 구단의 목을 조르는 족쇄가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데제르비 입장에서도 2부 리그보다는 프리미어리그에 머무는 것이 훨씬 유리하므로, 오히려 이 조건이 감독을 현 시즌에 집중하게 만드는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토트넘이 이 계약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결국 '정체성의 완전한 재정립'에 대한 의지라고 저는 읽었습니다. 단기 처방이 아닌, 팀의 DNA 자체를 바꾸겠다는 선언입니다. 구단이 보드진과의 마찰이 잦다고 알려진 데제르비를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이 프로젝트의 진지함을 방증합니다.

데제르비 빌드업 철학, 토트넘 선수들이 견뎌낼 수 있을까

데제르비 축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골키퍼부터 시작하는 극한의 빌드업'입니다. 여기서 빌드업(Build-up)이란 자기 진영 깊숙한 곳에서부터 짧은 패스를 이어가며 공격 기회를 만드는 전개 방식을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의 압박을 의도적으로 유인하고, 수비 라인이 올라온 틈을 찾아 윙어에게 1대1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 시나리오입니다.

 

마르세유 시절 데이터를 보면 이 철학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적용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딥 빌드업(Deep Build-up) 수치가 98%였는데, 딥 빌드업이란 골키퍼의 롱킥 없이 자기 진영 깊은 곳에서 짧은 패스로 공을 전개하는 방식입니다. 골키퍼의 오픈 플레이 패스 중 91%가 짧은 패스였다는 수치는 이 철학의 밀도를 보여줍니다. 또한 필드 틸트(Field Tilt)가 91%로 유럽 상위 9%에 해당했는데, 필드 틸트란 전체 경기 시간 중 상대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공을 점유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이는 데제르비 팀이 경기를 얼마나 주도적으로 풀어나갔는지를 보여줍니다.

 

저는 조기축구회나 아마추어 대회에서 직접 경기를 뛸 때 후방 빌드업의 공포를 몸소 체험해 본 사람입니다. 상대 공격수가 저 멀리서 전력질주해 올 때 발밑에 공이 있으면, 축구화 바닥이 지면에 붙어버린 것 같은 압박감이 들거든요.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직관할 때도 그랬습니다. 1층 앞 좌석에서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뒷선에서 공을 돌릴 때의 그 팽팽한 긴장감을 보며 '저걸 어떻게 매 경기 해낼까' 싶어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데제르비가 요구하는 수준은 그보다 훨씬 높습니다. 프리미어리그의 압박 강도는 그보다 몇 배는 더 살벌할 텐데, 데제르비의 철학이 선수들 발끝에 녹아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내가 필요할지 절실히 와닿습니다.

 

우려스러운 수치도 있습니다. 현재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자기 진영 턴오버가 가장 많은 팀으로, 시즌 중 149개(경기당 4.8개)를 기록했으며 그 중 7골이 실점으로 이어졌습니다. 마르세유 시절에도 빌드업 과정에서 슈팅이나 골로 이어진 실수가 리그앙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데제르비 체제에서 이 문제가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데제르비 축구에서 특히 중요한 포지션별 요구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골키퍼: 짧은 패스 배급 능력, 빌드업 참여 능력 필수
  • 수비형 미드필더: 높은 압박 속에서도 볼 간수 및 전환 능력
  • 윙어: 1대1 돌파 능력과 공간 침투 능력

이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데제르비 전술의 연결고리 전체가 끊어집니다. 지금 토트넘 스쿼드가 이 요구를 얼마나 채울 수 있을지, 솔직히 아직은 물음표가 더 많습니다.

비카리오의 발끝에 달린 토트넘의 운명, 데제르비는 골키퍼를 바꿀까

데제르비 체제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 포인트는 결국 골키퍼입니다. 하이라인(High Line) 전술을 구사하는 데제르비 축구에서 골키퍼의 역할은 단순히 공을 막는 것을 넘어섭니다. 여기서 하이라인이란 수비 라인을 상대 진영 쪽으로 최대한 끌어올려 경기를 압박적으로 운영하는 수비 전술을 말합니다. 마르세유에서 하이라인 수치가 94%로 유럽 상위 6%에 달했는데, 이는 뒤공간이 노출되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경기를 지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 전술에서 골키퍼는 마지막 수비수이자 빌드업의 첫 번째 패서로서 이중적 역할을 맡습니다.

 

토트넘의 주전 골키퍼인 비카리오는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킥으로 인한 위험 상황도 잦았습니다. 현재 비카리오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킨스키가 출전할 예정인데, 킨스키가 이 압박적 역할을 소화해 낼 멘탈과 기술적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초반 성적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프레스 레지스턴스(Press Resistance)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프레스 레지스턴스란 상대의 강한 압박을 받을 때 볼을 빼앗기지 않고 버텨내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마르세유 시절 이 수치가 71%로 유럽 상위 30% 수준이었는데, 프리미어리그의 압박 강도를 고려하면 이 수치가 그대로 유지될지 의문입니다. 옵타 스포츠에 따르면, 현재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강도 높은 전방 압박 경향은 이미 여러 분석 기관에서 지적된 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데제르비가 현재 골키퍼들의 수준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이적 시장에서 골키퍼 영입을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는 마르세유에서도 보드진과 마찰이 있었지만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켜왔습니다. 5년이라는 긴 계약 기간은 데제르비에게도 협상 카드가 됩니다. 데제르비 감독의 프리미어리그 이전 성과 및 전술 데이터는 축구 데이터 분석 플랫폼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프로젝트의 성패는 데제르비의 전술 역량 자체보다, 초반에 실수가 반복되고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구단과 팬들이 어디까지 인내할 수 있느냐는 '인내의 임계점'에 달려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부 리그로 떨어지더라도 함께하겠다는 이 무모한 뚝심이 선수들에게 "실수해도 괜찮으니 우리의 길을 가라"는 심리적 안정제로 작용하길 기대해 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무모한 선택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매번 성적에 급급해 감독을 갈아치우던 토트넘이 드디어 '우리는 떨어지더라도 우리만의 축구를 하겠다'는 지조를 보여주는 것 같거든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당장의 1승이 급한 상황에서 이런 낭만적인 전술가를 믿어줄 준비가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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